[명지공감Talk]체험수기 59탄_사회복지학과 강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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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계단을 오르면서
어머니 제삿날에 나는 별안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서러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기쁨과 전율 때문이었을까. 그날 나는 명지대 미래융합대학 사회복지학과 합격 소식을 들었다. 꿈에도 그리던 대학생이 되다니, 차마 믿기 어려웠다. 막내딸로 태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던 나는 급격히 기울어진 가세로 인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그랬던 내가 직접 번 돈으로 대학에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원서를 쓰고 제출하는 동안 나는 태연했다. 그러나 막상 면접에 오자 내가 한 번도 느낀 적 없는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나는 한없이 떨었다. 면접장에는 서른 명이나 되는 지원자들이 와 있었다. 선발되는 인원은 고작 여덟 명이었다. 아마 그들 역시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왔을 터였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움츠린 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한없이 떨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다했다. 물론 교수님께서는 그다지 어려운 질문은 하지 않으셨다. 왜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 관해 이야기한 후 내 꿈을 밝혔다. 그러나 진학 이후 발표하는 수업에서도 나는 울렁증에 시달렸다. 정말이지 사회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 앞에서도 능히 발표를 했건만 왜 교수님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지 모를 일이었다.
동기들이나 친구들 역시 그런 내 반응에 놀랐다.
시험도 어려웠다. 꼭두새벽부터 출장을 나가는 일이 허다하다 보니 수요일에 늦게까지 수업을 듣고 오면 못 잘 때도 있었다. 게다가 공부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보니 1학기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 막연히 그 강의를 듣기만 했다. 메모 없이 그냥 반복해서 들으면 중간 정도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중간고사 시험지를 본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특히 1학년 1학기에는 하루에 다섯 과목씩 보는 경우가 많았다. 대강당에서 시험을 보면서 주변에서 들리는 펜 소리나 종이를 넘기는 소리들이 내 머릿속을 하얗게 비웠다. 결국 나는 바쁜 틈을 쪼개서라도 책상에 제대로 앉아서 공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학교에서 내가 처음으로 겪어본 경험들은 그런 피로나 실패들을 만회할 만큼 즐거웠다. 나는 우연찮게 학생회 사무차장을 맡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즐거웠지만 무엇보다도 축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삼일 내내 학교에 나와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음식을 대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과 사람들과 고루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웠다. 덕분에 1학년 동안 힘들었지만 즐겁게 보냈다.
나는 지금 강남의 검진 센터에서 실장으로 일하면서 기업체 건강검진을 진행하거나 영업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진학 전까지 나는 병원 홍보를 위해 매주 병원 인근 스무 곳 가량 되는 경로당을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그 분들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들어드리거나 입에 맞는 음식을 대접해 드리는 데 공을 들이게 되었다. 몇몇 할머님들께서는 내 손을 쓰다듬으면서 나 같은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이야말로 그분들이 내게 해줄 수 있는 최고로 다정한 말일 터였다. 나는 그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도와드리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배우면 배울수록 현재의 사회복지 체계가 이전에 비해 나아진 점도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나는 그런 점들에 보다 진지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정상이란 물질적 가치로만 따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로는 정할 수 없이 개별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나는 인생은 좁고 수많은 계단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믿으면서 그 요행을 찾지만 그야말로 시간을 허비하는 짓이다. 나는 그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